엔비디아 AI 칩 1조 원 규모 밀수…미-중 수출 통제 갈등

플랭크

-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정부의 대중국 수출 금지 조치에도 엔비디아(Nvidia) AI 칩 대규모 밀수
- 중국 '시대의 문(Gate of the Era)' 등 업체 통해 암거래 활성화
24일(현지시각)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칩이 최소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 규모로 중국에 밀수되면서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허점이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가 AI 칩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그럼에도 엔비디아의 B200, H100, H200 등 첨단 AI 프로세서가 대규모로 중국 암시장에서 거래된다. 이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도 우회 경로로 막대한 양의 칩이 유입됐음을 보여준다.
특히 B200 프로세서는 미국 내 주요 AI 시스템 훈련에 사용하는 핵심 칩으로, 중국 암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으로 밝혀졌다. 이 칩은 중국 안후이성에 있는 '시대의 문'이라는 업체를 통해 대규모로 유통됐다. '시대의 문'은 2023년 2월 설립 이후 B200 칩 랙 수백 개를 구매해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등에 두 차례 이상 판매했다. 전체 거래 규모는 약 4억 달러(약 5200억 원)로 추정된다.
판매된 B200 랙은 전원, 냉각 장치,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완제품 형태로 유통됐다. 중국 내 가격은 미국보다 약 50% 높았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확인한 제품 사진에서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슈퍼마이크로(Supermicro), 델(Dell), 아수스(ASUS) 등 미국 주요 하드웨어 제조사의 로고가 확인됐다.
엔비디아는 이번 사건에 대해 "중국으로의 무단 거래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또한, 밀수된 칩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비용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슈퍼마이크로 역시 "모든 수출 통제 요건을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사 제품이 밀수 과정에 활용된 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유통 업체 '시대의 문'의 모회사 '화지원(China Century)'은 AI 칩 사업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 이후 해당 업체 웹사이트에서 바이트댄스(ByteDance) 자회사 화산 클라우드(Volcano Engine)의 로고가 삭제된 것이 확인됐다. 이는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을 암시하는 정황으로 지적된다.
이번 사건은 미국의 수출 통제 강화에도 첨단 기술 유출을 완벽히 막기 어렵다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이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추가적인 통제를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향후 미국과 중국 간 기술 경쟁 및 무역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7월24일(UTC) 18시 00분 기준,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 대비 2.8% 하락한 456.50달러로 거래된다. 이번 사건이 엔비디아의 이미지와 사업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최신소식을 메일로 받아보세요.